대학교에 다닐 때, 한 학기 수업을 들어보았습니다. 수업 내용도 어려웠지만, 상담자와 청담자가 되어서 연습하기도 어려웠고, 그 당시에는 '내가 이걸 왜 들었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상담 시간에 산 교재를 읽어보았습니다. 책이 무려 3권인데, 학기 수업을 듣는 동안 다 안 읽었었거든요. (수업시간에는 진도를 나갔지만, 제가 안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책 내용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네요. 공부하려고 하면 어렵겠지만,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듯 합니다. 책에 소개된 예화 하나를 소개하지요. 예화 내용은 예전 초등학교 교재에 실려있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 안되므로, 적당히 첨언/감언을 하겠습니다. 그래도 내용이 대단히 길어지므로 아래부터는 살포시 접도록 하겠습니다.
옛날 옛날에, 어린 공주님이 살고 있었답니다. 공주는 왕과 왕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잘 자라고 있었지요.
옛날 이야기는 다들 이렇게 시작한답니다. 시작은 무난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지만 곧 시련이 다가오지요.
어느날 공주는 하늘 높이 있는 금빛의 달을 보고, 갑자기 달을 갖고 싶어졌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달을 따다 달라고 보채기 시작했지요.
자고로 아이는 엄하게 키워야 하는법. 자고로 동방예의지국에서는 떼쓰는 애한테는 매가 약인데. 여기서는 어쩌나 봅시다.
왕와 왕비는 달은 따올 수 없다고 공주를 타일렀다. 하지만 공주는 들은 체 만체 하였다. 공주가 물러서지 않자 왕은 유명하다는 학자들을 부르고, 의원도 불러들이는 등 온갖 노력을 하였다.
부모님 말을 안듣자 학자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학자말을 들으면..부모님은 뭐가 되지요?
아이에게 부모는 '믿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 학자는 '믿을 말을 하는 사람'이 된다. 흐음..
학자들과 의원들은 공주에게 달은 따올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주님, 달은 너무 멀리 있어서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달을 따는 건 불가능합니다.'
'공주님, 달은 너무 커서 가까이 가더라도 따올 수 없습니다.'
'공주님, 달에 대해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병이 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달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의원님. 지.못.미..T^T 왕정사회에서 왕족의 비위를 거슬리면 입장이 많이 곤란할텐데??
공주는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달을 따다 주지 않자 공주는 단식투쟁에 들어섰다. 왕과 왕비는 설득과 협박을 반복했지만 공주는 서서히 말라가기 시작했다.
단식투쟁. 반역인가요..??
이때 공주와 친하게 지내던 광대가 나타났다. 전후 샂어을 잘 알고 있는 광대는 공주를 만나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투쟁동지 광대의 등장. 왜 갑자기 광대가 나타났는지는 묻지 마세요. 저도 몰라요. -_-
광대 : 공주님, 달은 어떻게 생겼나요?
공주 : 달은 동그랗게 생겼지 뭐.
광대 : 그러면 달은 얼마나 큰가요?
공주 : 바보, 그것도 몰라? 달은 내 손톱만하지. 손톱으로 가려지잖아.
광대 : 그럼 달은 어떤 색인가요?
공주 : 달이야 황금빛이 나지.
광대 : 알겠어요, 공주님. 제가 가서 달을 따올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공주가 말로 자꾸 신경을 곤두세우는데(시쳇말로 갈구는데. -_-), 어쩌겠습니까.
투쟁동지여도 그 안에서도 나름 계급과 권력이 존재하는 걸요.
광대는 왕에게 아뢰어 손톱 크기만한 동그란 황금 구슬을 만들어 공주에게 가져다 주었다. 공주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단식투쟁까지 하면서 그렇게 원하던 '달'을 드디어 손에 넣은 것이다. 공주를 보면서 광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달을 따왔는데, 오늘밤 달이 또 뜨면 공주가 뭐라고 할까. 염려가 되어서 광대는 공주에게 말을 건넨다.
왕족을 대상으로 사기행각. 걸리면 사기죄에 왕족모욕죄. 광대야. '너 그러다가 한방에 훅간다.'
광대 : 공주님, 달을 따왔는데 오늘밤 또 달이 뜨면 어쩌지요?
공주 : 이 바보. 그걸 왜 걱정해. 이를 빼면 새 이가 또 나지? 그런 거야. 달은 하나를 빼면 또 나오게 되어 있어. 그리고 달이 어디 하나만 있니? 달은 호수에도 있지, 물컵에도 있지, 세상 천지에 가득 있어. 하나쯤 떼어 와도 돼.
어이..공주씨..?? 그 나라도 앞으로 갈 길이 어둡구나.
제가 이것 저것 말을 많이 섞었지만, 사실 저 이야기에는 공감적 이해의 기초이자 본질에 관한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상담 중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첫 단계가 바로 '상대방이 말하는 바의 의미 파악' 이거든요. 그걸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게, '상대방이 사용하는 어휘의 참 의미를 밝히는 것'이구요. 여기서는 공주의 '달'의 의미 파악을 못한 왕과 왕비 기타 조연들이 이야기 내내 삽질을 하고 있지요.
이 예화를 읽었는데, 저런 뜻까지 알고 다시 글을 읽으니, 마음 속에서 공감이 되더군요. 사실 친구들하고 싸울때, 서로 말의 뜻을 오해해서 그러는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상담책을 좀 더 읽어보았지만, 더 이상 공감은 오지 않고 졸음이 오더군요. T^T 아무튼. 상담학. 배워볼만한 학문입니다. (많이 어렵지만요)